[기고/김재수]“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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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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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농업장관회의 새 패러다임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지난달 22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회의에 참석했다. G20 농업장관들이 모여 식량 생산과 농산물 가격 안정 등 농업 분야 현안을 논의하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G20 농업장관들이 한꺼번에 모여 농업 분야 과제를 논의하고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식량가격이 급등하여 시장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잦아지자 식량과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농업과 환경의 조화, 지속가능한 성장 등의 과제가 중요한 국내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G20이 중심이 돼 곡물시장과 농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시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국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식량안보를 비롯한 9개 주요 과제를 논의하고 다년간 행동계획(Multi-year Action Plan)을 발표한 것이 이번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전 세계 농지의 65%, 식량 생산의 77%, 농산물 교역의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G20은 사실상 인류의 식량과 농업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위상에 걸맞은 역량과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G20 농업장관들이 모여 식량가격 변동을 줄이고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5개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세계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교역, 재고 등의 정보를 수집 및 활용하기 위한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을 창설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에 설치될 AMIS는 농산물 관련 각종 정보를 집대성하여 농산물시장을 예측 가능하게 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투기심리도 일정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정책의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인도적 목적 식량 구매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를 제한하며 밀과 쌀 중심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강화한 것이나 선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적절한 규제와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G20 재무장관회의와의 협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나름의 성과다.

G20 농업장관들이 만들어낸 선언문은 상징적 의미도 크다. 중요한 것은 선언문과 함께 발표된 행동계획의 구체적 실천이다. 향후 이행 상황의 지속적 점검에도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언문과 행동계획 발표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지상주의’에 대한 지적과 새로운 인식을 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농산물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시장을 시장경제에만 맡겨두지 말고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규제가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장은 개인 의견을 넘어 식량시장에 대한 새로운 지침과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같았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농업보다 비농업 분야 첨단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때가 있었다. 최근까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자본의 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환경과 농업, 농업과 비농업 부문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질을 갖추어야 선진국 문턱도 넘을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도 선진국 진입을 위한 농업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량’과 ‘농산물가격 안정’ 문제가 기후변화 시대의 시급한 현안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G20이라는 세계 지도국가 차원에서다.

우리는 과거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통해 다른 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성장의 과실을 농업과 식량 부문에 돌려서 미래 위기에 대비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재인식한 회의였다.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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