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전사고 감춘 중국, 재해 정보공유 말할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중국이 서해로 연결되는 보하이(渤海) 만에서 발생한 대형 원유 유출사고를 한 달이나 쉬쉬했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6월 4일과 7일 보하이 만에 있는 해상 유전에서 두 차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면적의 1.4배나 되는 840km²의 해역이 오염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중국이 이를 오랫동안 감춘 이유가 궁금하고 과연 유출된 기름이 대부분 제거됐는지도 의문이다. 중국 누리꾼들도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장기간 침묵해 의혹을 키웠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뒤늦게 “사고가 난 유정을 봉쇄하고 해수면으로 번진 기름띠도 거의 제거했다”고 주장했지만 기름 유출량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환경 대책은 투명하지 않아 자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고 이웃 나라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보하이 만을 오염시킨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오염된 해수가 서해로 흘러들어오면 북한의 피해가 크고 남한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장옌성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은 ‘일본 대지진이 미친 영향과 한중일의 협력방안’을 주제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중일은 재난까지 일체화된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한중일의 경제적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효율성이 제고되고 있지만 리스크(위험)도 커진다”며 재난 공동대응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공동대응을 하려면 각종 재해(災害)의 정보공유가 전제돼야 한다. 중국의 유전사고 은폐를 보면서 중국 관리들의 발언은 말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방사성물질 누출이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정보 공개를 비난했다. 일본의 재난 대응을 비판하고 자국의 오염사고는 한사코 감추는 중국이 ‘3국 공동 대응’을 말할 자격이 없다.

한국 정부는 2007년 태안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 오염된 바닷물이 중국 쪽으로 흘러가 피해를 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지금이라도 유전사고 원인과 피해상황을 남북한과 일본에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그런 성의가 축적돼야 한중일이 재해 극복을 위해 공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