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도청 진상 확실히 수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외부에서 도청이 이뤄진 것으로 4일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당대표실 구조상 KBS가 주장한 대로 밖에서 출입문에 귀를 대고 회의를 엿듣는 ‘귀대기’ 취재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민주당 일각과 여권 관계자들은 지난달 문제의 문건이 KBS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KBS 측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민주당이 제출한 당시 회의 자료와 녹음기,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 내부 유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표실의 발언 내용을 처음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부터 정확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한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당직자가 작성한 메모를 입수했다”고 했으나 믿기 어렵다. 한 의원은 시간이 흐르면 사건이 잊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판(誤判)이다. ‘야당에 대한 도청 의혹’은 유야무야될 사안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당당한 태도다. 한 의원이 계속 비협조로 나가면 수신료 인상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KBS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비쳐 당에 누를 끼칠 수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을 범죄 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한 보충적 예외적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도청은 어떤 경우든 불법이다.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05년 ‘안기부 X파일’에 담긴 대화 내용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언론의 자유’와 ‘통신비밀 보호’가 충돌할 때 공익을 위한 보도라도 도청 관련 내용은 안 된다는 취지였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국회와 KBS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을 것이다. 도청 범죄수사에 의원이나 언론기관이 성역(聖域)일 수는 없다. 경찰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에도 도청 공포로부터 해방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도청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다. KBS도 자사(自社)의 이해가 걸린 시청료를 논의한 민주당 대표실 회의를 취재한 경위에 대해 취재윤리나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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