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덕제]노사관계, 현대차 美공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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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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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22일자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조를 조직하려는 전미자동차노조(UAW) 간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근로자 대부분이 ‘회사에 아무 불만이 없다. 그런데 노조가 무엇을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거나 ‘노조가 있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노조 조직에 찬성할 기미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들이 현대자동차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만족한다고 대답하고 있지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의 임금 수준이 동종 업계 최고인 것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근로자 1인의 시간당 인건비를 보면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는 58달러, 도요타 미국 공장은 52달러이며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은 48달러 수준이다.

그렇다고 현대자동차의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공장을 세운 지 얼마 안돼 근로자들이 젊고 회사가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연금 부담이 없다는 점이 인건비 차이의 큰 원인이다. 다음으로 앨라배마 주나 공장이 위치한 몽고메리 시의 실업률이 높고 임금 수준이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5월 실업률을 보면 앨라배마 주는 9.3%로 미국 전국 평균인 9.1%보다 높고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17번째로 높다. 그러므로 현대자동차의 임금 수준은 이 지역에서 최고로 여겨진다. 여기에다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되므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근로자와 지역 주민들이 현대자동차의 근로조건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공장 설립 시 취업경쟁률이 10 대 1에 달했고, 근로자의 연간 이직률이 4%에 불과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 근로자들의 노조 조직에 대한 반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회사의 경영이 원활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노조의 조직 확대 기도나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개입 여지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회사 경영의 불안정과 근로자들의 불만족은 노조의 세력을 확산시키는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7월 1일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의 설립이 합법화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큰 변화가 나타날지 모른다. 대기업 가운데서는 특히 삼성그룹과 포스코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복수노조 허용을 계기로 전통적으로 무노조 경영 방침을 견지해 온 삼성그룹에서 실질적인 노조 설립이 이루어지거나 20명 남짓한 조합원이 형식적으로 노조를 유지해 온 포스코에서 대규모 노조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정치권과 연계하여 삼성과 포스코를 타깃으로 삼아 노조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의 노사관계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회사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여 시장을 확대해 가는 성공적인 경영으로 좋은 근로조건과 안정적인 고용이 지켜질 것이란 믿음을 근로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근로자들은 낡은 이념을 좇을 것이 아니라 고용의 안정이 최고 직장의 조건임을 깨닫고 지역과 업계의 사정을 감안하여 임금과 근로조건을 평가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기업과 근로자들이 이처럼 성숙한 인식하에서 노사관계에 임할 때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목전에 닥친 복수노조 허용이란 제도 변경으로 생길지 모를 부작용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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