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병규]경제 고통지수 낮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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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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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한국의 경제 고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미국 경제학자 오쿤이 고안한 것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다. 산정 방법은 간단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생활 수준을 측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들어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급등해 고통지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같은 수준이다. 이를 보면 한국이 경제위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극복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가상승에 실업률 겹쳐 최악

고통지수가 빠르게 상승한 주요 원인은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대외적 측면에서는 통제하기 힘든 다양한 물가 상승요인이 발생한 점이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고 구제역과 이상 한파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소비자물가는 4%대를 훌쩍 넘어섰다. 식품 가격도 치솟아 한국 소비자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내적 측면에서는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간 평균 5% 내외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안타까운 것은 성장하는 만큼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수출 주도 성장이 높은 성장률의 비결이자 고용 부진의 배경이기도 하다. 세계시장에서 무한 경쟁하는 수출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해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 수출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수출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화학 같은 성숙 산업의 경우 국내에 추가 투자 여력이 없고,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들은 대부분이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핵심 부품소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일자리 창출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원래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한 데다 산업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전환기적 특성이 고통지수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증가하고 있는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려면 일단 진통제 투입이 필요하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내릴 여력이 있는 물가는 최대한 인하해야 한다. 재정 투입 등을 통해 일자리도 양적으로나마 늘려야 한다. 하지만 진통제는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데 근본 한계가 있다.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켜 치유 불능 상태로 만들 위험도 존재한다.

내수산업 육성… 경제 체질 개선을

고통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물가의 안정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경제 사회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 농수산물 유통 구조 혁신, 해외 조달체계 개선 등으로 우발적인 대외 충격에 대한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내 시장의 유효 경쟁을 촉진하고 제품 혁신 등에 대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내수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이전처럼 ‘산업 발전과 고용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경제는 그동안 수출 중심으로 ‘해외로 나가는 세계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제는 내수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세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인적 물적 자원 측면에서 가능성이 높은 의료와 관광, 교육산업이 우선 대상이다. 수출 산업이나 한류 문화를 양성하듯 국내 서비스업을 육성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인도 한국으로 몰려올 날을 기대할 수 있다. 고통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면 체질 개선에 수반되는 진통을 감내하는 인내와 수고가 필요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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