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운]초과이익 이어 손실 공유?… 혼란스러운 정운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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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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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산업부 기자
김상운 산업부 기자
“마스터플랜 없이 그때그때 여론의 반응에 따라 하나씩 내놓으니 ‘자꾸 오락가락한다’는 말을 듣는 것 아닐까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1일 이익뿐 아니라 손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나눠야 한다는 ‘손실공유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한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동반성장위 활동의 수혜자임에도 “정 위원장의 말은 갈수록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마치 올 2월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구상을 밝힌 직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는 용어인지, 공산주의 사회에서 쓰는 용어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한선국가전략포럼 강연에서 “대기업에 손실이 발생하면 협력사도 이를 분담하는 ‘위험분담금 사후 정산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협력사가 대기업과 위험을 분담하고 기여분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 정책에 비협조적인 대기업을 달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가 위원장직을 더 할 것인지를 놓고 벌였던 ‘오락가락’ 행보를 동반성장 정책에서도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정 위원장의 발언이 동반성장 정책의 핵심 카드인 ‘납품단가 정상화’에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과이익공유제가 아직까지 명확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손실 공유 발상은 대기업에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깎을 때는 빠르게 큰 폭으로 하고, 올려줄 때는 조금씩 천천히 반영해 준다”며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이익분담금보다 손실 분담을 더 많이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최소 조직단위다. 서로 다른 기업이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자는 얘기는 한 국가에 기업 1개를 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경영학)는 “개별 협력사들의 기여분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익과 손실을 공유한다면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의 무임승차(free riding)를 낳을 것”이라며 “정 위원장의 발언은 초과이익공유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기업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최근 중소기업 적합품목 신청에 200건이 넘게 몰리는 등 중소기업들이 동반성장위에 거는 기대는 매우 높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여론 눈치 보기’로 설익은 정책을 내놓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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