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우신]일관성 없는 약사회의 주장, 국민 안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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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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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6년 전 일이다. 기자는 라식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해외출장을 가게 됐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다 인공눈물을 챙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인근 약국에 들어가 인공눈물을 사려 했더니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 안 된다고 했다. “정말 안 돼요? 급한데…”라며 사정하자 약사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싼 가격에 인공눈물 1개를 내줬다.

당시 ‘인공눈물은 어차피 필요한 사람들만 쓰는 거고 부작용도 별로 없을 텐데 그냥 처방전 없이 사게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일 대한약사회가 전문의약품 20개 성분을 일반의약품으로 바꿔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21일 열리는 제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에서는 이를 두고 격론이 예상된다. 20개 성분에는 인공눈물도 포함됐다.

인공눈물을 약국에서 그냥 사면 좋겠다는 6년 전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번에 포함된 20개 성분 전문약은 대부분 ‘처방전 없이 사면 편한’ 약으로 보인다. 비만치료제와 응급피임약처럼 의사를 거쳐 사면 번거롭고 쑥스러운 약들도 있다. 이런 약을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면 반길 사람들이 많다.

약사회가 제시한 20개 성분 전문약은 음성적 거래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 한마디로 돈 되는 약들이다. 국민의 편의를 높인 대가로 약사들이 이익을 본다면 잘못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약사회는 그동안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약사회는 지난주 1차 약심이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약국 외 장소에서 팔 수 있도록 결정하자 크게 반발했다.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박카스 불매 운동까지 운운했다.

‘박카스 슈퍼 판매’에 대해 안전성 위험을 경고했던 약사회가 ‘20개 성분 전문약은 안전하니까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팔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박카스 내줬으니 그만큼 달라’고 떼쓰는 것처럼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까지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는 약의 성분만 정하고 최종 처방은 약사에게 맡기는 제도다. 환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박카스마저 함부로 선택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하던 약사들이 하필 지금 그런 주장을 하니 “국민 선택권이 우선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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