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성봉]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수술해야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년 기관장 평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등 기관장 3명이 성과 미흡으로 임기 도중 물러나게 되었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성과가 부진한 8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경고조치를 받았다.

현행 방식은 성과급만 결정할 뿐

기관장이 물러나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를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이다. 게다가 경고조치를 받은 기관장 8명 중 4명이 이미 바뀐 상태여서 평가 결과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 직원들과 관련 부처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일이겠으나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별 흥밋거리가 안 되고 말았다. 결국 공공기관 평가는 공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것 빼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어 보인다.

최근 공직에 대한 사정 바람과 공직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나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나타난 것처럼 별 문제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국민은 공공기관이 별 탈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고속철 사고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으며 한겨울에 전력이 모자랄 뻔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뒷감당을 공공기관이 맡는 경우도 생겼고, 공공요금을 제때 제대로 올리지 않아 공공기관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공기관 평가라면 이런 정부의 문제점과 간접적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상황과 핑계를 다 감안하고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최근 많은 사람이 ‘나는 가수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전문가들이 아닌 청중의 평가라는 점에서 오히려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청중이 궁극적인 소비자를 오히려 더 잘 대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 테일(Long Tail)’이란 책에는 영국의 소 시장에서 소의 체중을 눈대중으로 알아맞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소 전문가의 추정치보다 보통 사람들의 추정치를 평균한 값이 실제 값에 훨씬 가깝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필자도 공기업 경영평가의 경험이 있지만 평가위원이 과연 소신과 주관을 갖고 ‘평가’를 수행하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주어진 포맷과 산식에 따라 점수를 산출하는 ‘계산기’ 역할을 하였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이렇게 잘 짜인 틀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직관이 오히려 정확할 수 있다.

한편 자율을 허락하되 그 책임은 철저하게 묻는 것이 공공기관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토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 회장에게 거의 완벽한 자율성을 허락하였고 자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연임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시장서 도태된 기관은 퇴출시켜야

지금은 평가가 좋은 기관에 인원을 자유롭게 채용하도록 자율성을 조금씩 부여하고 있지만 이는 그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즉, 성과가 좋으면 자율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고 자율을 허용해서 성과를 높여야 한다. 포스코가 세계 시장에서 평가를 받았듯이 많은 공공기관도 시장과 소비자와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반면 시장의 평가에서 도태된 공공기관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구제, 그리고 부채로 연명하는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짐만 될 뿐이다.

현재와 같은 공공기관 평가가 긴장감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이런 공공기관 평가는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없고 지루하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