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 그리스를 가다/100인 복지포럼 기고]석재은 한림대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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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재정위기 뒤엔 ‘나쁜 복지’가 있었다

그리스의 공공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4.4%보다 낮다. 그러나 국가재정적자에 큰 영향을 주는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13.2%로 OECD 회원국 평균(8.5%)보다 50% 이상 높다.

연금 급여의 근로소득 대체율도 96%에 이른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연금개혁을 통해 대체율을 60% 수준으로 줄이고 GDP 대비 연금 지출을 10% 이하로 하향 조정한 것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그리스 노인들의 복지수준은 상당히 좋을 법하다. 하지만 정작 이 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5%로 OECD 평균 13.7%보다 훨씬 높다. 연금이 노인빈곤 해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 그리스 복지체제는 ‘기득권층의 복지(credentialism)’라 일컬어진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빈곤율을 해소하는 쪽이 아니라 기득권층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나쁜 복지’인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과 공무원 교사 등 소수의 안정적 고용집단은 복지의 중복적 수혜자가 되는 반면, 다수의 불안정 고용계층은 배제되는 방식으로 복지가 운영돼 왔다.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는 모델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여성들이 복지혜택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나쁜 복지’의 비효율성은 그리스와 유사한 재정위기를 겪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국도 자칫 남유럽 복지체제의 전철을 밟기 쉽다는 우려가 높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고용집단 중심의 복지 대신 보편적 국민을 아우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보장하는 복지체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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