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선관위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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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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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보자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두려운 존재다. 작은 부정이나 위법 행위가 적발돼도 당선이 무효되거나 엄중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후보한테서 9000원짜리 건어물을 받은 유권자 74명은 건어물값의 50배인 45만 원씩의 과태료를 선관위로부터 부과받았다. 2007년 12월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 때는 주민 5700여 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가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될 처지에 놓이자 돈을 돌린 운동원 2명이 자살했다.

▷다른 사람을 규제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관리에도 엄격해야 한다. 감사원이 적발한 중앙선관위와 그 산하 기관들의 일탈 사례를 보면 선관위 종사자들은 자신들에게는 무척 관대했다. 중앙선관위 일부 부서의 경우 가장 일찍 출근하거나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 다른 직원들의 출퇴근까지 대신 기록해주는 방법으로 지난해 10개월간 1억4000만 원의 특근매식비(초과근무 수당의 일종)를 탔다. 유권자가 5000원짜리 식사를 제공받는 것은 부정이고, 선관위 직원들이 허위로 하루 5000원씩의 특근매식비를 타낸 것은 보너스란 말인가.

▷중앙선관위는 정부구매카드로 써야 하는 업무추진비를 2008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상임위원 등 38명에게 매월 290만 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특정한 용도에 쓰도록 돼 있는 예비금 7억9000여만 원을 직원 및 간부 선물구입비나 전별금, 재직기념패 제작, 특정 업무경비 명목으로 편법 지출했다. 중앙선관위와 11개 지방선관위는 2009년과 2010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예비비 가운데 5300여만 원을 체육행사 경비나 청사 공사비 등으로 부당하게 집행했다.

▷이렇게 불투명하게 회계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선거나 국민투표 관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했을지 모르겠다. 특근매식비 5000원이 무슨 큰돈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후보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유권자에게 50배 과태료를 매기듯 거짓으로 빼낸 특근매식비에 50배 과태료를 물리면 어떨까 싶다. 선관위 같은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사 먼저 스스로 법을 지키고 공정하게 처신하는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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