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 총리, 저축銀 감사 때 받은 외압의 실체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104개 저축은행의 부실대출 규모가 2조6000억 원에 이른다는 감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당시 감사원장은 김황식 현 국무총리였다. 하지만 정부는 8개월이나 지난 올해 1월에야 삼화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는 2월 발표됐다.

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10여 년간 부실이 누적돼온 저축은행 처리에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감사를 끝냈다고 바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 자칫 예금자들의 불안 심리와 금융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탄 돌리기’ 하듯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시간을 끈 것이 부실을 더 확대시킨 요인이 되고 말았다.

감사원이 저축은행 감사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도 정부의 후속 조치가 늦어진 배경에는 저축은행들의 전방위 로비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금융감독원이 2년 전에 부산저축은행 직원의 비리 신고를 받고도 묵살한 단서를 포착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거물 정·관계 브로커에게 거액을 건넨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덮어주게 한 비리 커넥션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총리는 최근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이걸(감사의 이 부분을) 좀 완화해 줬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사실상의 여러 가지 청탁 내지 로비는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권이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다각적으로 외압을 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감사원을 상대로 저축은행 감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야당 의원의 실명(實名)도 나돌고 있다. 김 총리가 언급한 외압의 실체를 제대로 파고들면 저축은행 부실의 깊은 뿌리까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 주인이 바뀐 일부 저축은행의 ‘경영권 교체’ 배경에도 석연찮은 점이 많다.

감사원은 올해 3월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에, 그것도 검찰의 요청이 있고서야 저축은행 감사보고서를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정치권 등의 외압 때문에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의 대응이 무디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당시 저축은행 감사를 지휘한 김 총리는 감사 전후에 겪은 외압의 실체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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