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용진]軍 의료사고 국민불안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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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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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지난달 논산훈련소에서 고열을 견디며 야간행군을 마친 훈련병이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명을 달리했다. 먼저 20대 초반 꿈 많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 누가 뭐래도 가장 슬픈 건 부모일 것이다. 누구도 미칠 것 같은 슬픔과 분노를 달래줄 수 없을 것이다. 2005년 고 노충국 씨 사건을 경험한 군대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을 법도 한데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의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훈련병의 죽음을 보면서 비슷한 상상을 할 것이다. 하나는 그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무실에서 대충 보고 약을 줬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군대문화에 대한 지적이다. 요즘 군대가 많이 자유로워지고 폭력이 거의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낮은 계급의 병사가 아프다고 마음대로 쉴 수 있는 문화는 아니다. 또한 아파서 훈련을 받지 못할 경우 자칫 전체 훈련을 다시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훈련병들은 고통을 참고 훈련을 받기 일쑤다. 훈련 전체를 다시 받을 경우 학교문제 직장문제 등의 모든 인생 계획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국방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다. 군병원의 시설 장비 수준은 많이 개선됐다. 논산훈련소 안에 지구병원도 생겼다. 그럼에도 아직 민간에 비하면 그 수준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인력은 더욱 그렇다. 군의관 95% 이상은 의무 복무하는 단기 군의관이다. 그들에게 특별한 군인정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의사로서 사명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간호사는 모두 장교여서 간호 처치보다는 대부분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군병원에서는 간호 업무의 상당부분을 위생병들이 수행한다. 이들은 겨우 몇 달 훈련을 받은 인력이다. 이런 인력과 시설 장비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방의학원을 마련하자는 대안이 제시됐으나 그 실효성이 의문시돼 사실상 폐기됐다. 매년 나이 먹은 군의관 40명씩 늘어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면 국방의학원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첫째, 아프다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아파 보이는 사람을 찾아서 배려하는 군대문화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것이 훈련을 실전같이 수행하는 군인에게 필요한 진정한 전우애일 것이다. 둘째, 의사인력뿐 아니라 간호인력, 치료보조인력, 위생병 교육까지 모든 국방의료인력의 교육훈련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국립대병원들과 인적 교류를 통한 교육훈련시스템 구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군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만으로는 적정 수준의 교육훈련을 받기 어렵고 다른 국공립병원에는 교육훈련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셋째,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진료절차 매뉴얼을 마련해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도 고려해야 한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는지 환자들이 확인 서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당직 군의관이 근무 중인데도 위생병이 투약하고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징병제의 특성상 꾀병환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 한 훈련병의 죽음은 끝나지 않았다. 군대에서 시행되는 강도 높은 훈련은 체력 저하,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가벼운 감염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군병원을 전부 없애고 민간병원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이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을 보호하려면 과감한 투자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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