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관예우 근절, 法만으로는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개정 변호사법이 곧 시행된다. 이 법은 공포되는 즉시 발효돼 일부 판검사가 발효 전에 무더기로 퇴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행히 대법원과 법무부가 “사표를 내더라도 시행 전에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제동을 걸어 줄사표는 일단 주춤해졌다. 두 기관이 전관예우 불용(不容) 의지를 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 법 하나로 전관예우가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판사 검사 등 변호사 자격자가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 검찰에서 진행되는 각종 사건의 수임을 1년간 금지한 것은 전관예우 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반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 규정의 미비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법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가 여전히 통하는 ‘틈새시장’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을 직접 맡지 않고도 뒤에서 고문 또는 자문변호사 같은 편법적인 역할을 통해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전관예우를 근절하려면 변호사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전관예우의 뿌리는 현직 판사 검사들이 같이 근무했던 선배 동료 등에게 베푸는 예우 문화와 습성이다. 지연 학연 등 각종 인연이 유독 많이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법조계만 독야청청(獨也靑靑)하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조계는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를 강화하는 전관예우를 없애지 못하면서 공정 사회를 말할 수 없다.

이전에 도입했던 ‘퇴임 전 2년간 근무지에서 3년간 개업 금지’ 제도도 법조계의 자정 노력이 미흡해 실패했다. 개업지 제한 제도는 1989년 헌법재판소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번에도 법조계 일각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관예우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심각한 폐해를 인정한다면 헌재가 쉽게 위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조계에서 전관예우가 어려워지면 고교 동문 같은 학연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판사 검사들이 변호사들과의 공생 고리를 단절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따라줘야 전관예우나 각종 인연의 영향을 받는 재판과 수사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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