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축은행-금융감독 동반부실의 근본 원인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서민금융 중개기관인 상호신용금고는 2001년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예금자보호 한도가 일반은행과 같은 5000만 원으로 설정됐다. ‘은행’ 간판을 내걸고 은행만큼 예금을 보호해주면서 더 높은 이자를 붙여주는 저축은행에 돈이 몰렸다.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른 2005년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고수익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의 역할은 잊고 고금리 자금으로 고위험 고수익 대출에 나서면서 부실화 속도가 빨라졌다.

금융당국은 2006년 8월 저축은행에 ‘88클럽’이라는 날개를 달아줘 결과적으로 PF 영업을 키웠다. 자기자본 8% 이상, 고정 이하 여신 비율 8% 이하인 약 30곳의 우량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법인에 대한 동일인 대출 한도(80억 원)를 폐지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보다 심사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폭증하면서 PF 부실의 씨앗이 됐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PF 부실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올해 3월에야 규제 완화를 거둬들였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투자은행과 비슷한 업무에 손대거나 해외로 나가게 해줬다. 규제 완화를 해주면서 ‘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장려한다’는 그럴싸한 명분까지 내세웠다. 저축은행에 문제가 나타나더라도 감독 당국이 눈감아주거나 비리와 결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09년 3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부실이 의심되는 거액 여신을 찾고도 지적 사항에서 누락시켰다. 최근 비리 혐의로 체포 또는 기소된 금감원 전현직 간부가 12명에 이른다. 출범 10년 만에 한국 경제를 불안에 빠뜨린 부실 저축은행의 뒤에는 부실 정책과 부실 감독이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다. 이 기간에 감독당국의 일부 고위층과 자질이 떨어지는 일부 간부가 특정 업계 감싸주기로 부실과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7월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처음으로 나선다. 대주주가 될 때만 심사하던 방식이 주기적으로 자격 심사를 하기로 작년 9월 제도가 바뀐 결과다. 대형 계열이거나 자산이 많은 저축은행 38곳만이 아니라 105곳의 전체 저축은행 대주주를 심사해 부적격자를 퇴출시켜야 맞다.

검찰은 투명한 수사로 저축은행 비리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의 동반 부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과거 정부부터 지금까지 뿌리를 캐야만 제도적 정책적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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