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주]의료사고 억울한 피해자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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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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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장
이병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장
50대 가장이 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사고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대장 괴사가 생겼다. 재수술 후 목숨은 건졌으나 사지절단이 불가피했다. 결국 병원과 2억4000만 원을 배상받기로 합의했다. 신체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한 그 이상의 방법은 없었다.

소개한 사례는 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린 어느 소비자의 의료사고 내용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보호법 개정으로 의료피해 구제업무를 시작한 후 12년 동안 약 17만 건의 의료상담과 9000여 건의 의료분쟁을 처리했다. 보상 처리한 금액도 누계로 221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에 대해 일반의 평가는 냉정하고 다소 왜곡된 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 이유를 봐도 그렇다. ‘소비자원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소액사건 위주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어서’라고 돼 있다. 이는 정확한 평가도 아니지만 결과만을 단편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소비자원의 실적은 투입된 자원 대비로 평가해야 한다. 투입 자원의 규모도 소비자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결정한다.

어쨌거나 의료소비자 시각에선 환영할 일이다. 새로 출범하게 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동일 의료피해사건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중복 신청이 되지 않아 기관 선택 문제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구라 해도 공정성과 신뢰성이 없으면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출범에 따라 소비자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의료분쟁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문제다. 분쟁을 공정,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약자 보호라는 소비자 시각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산업부처의 분쟁조정 기관과 병행하여 소비자 전문기관의 활동이 건강하게 작동해야 하고, 이를 위해 두 기관에 균형 있는 자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소비자들이 다시 고통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병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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