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명재]사용후핵연료 반감기 감축기술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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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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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재 한국동위원소협회 교육연구 원장, 전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본부장
송명재 한국동위원소협회 교육연구 원장, 전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본부장
4월 26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25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막대한 희생자를 내고 방대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그 사고는 전 세계의 원자력 발전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최악의 7등급 판정을 받았다. 최악의 등급은 아니었지만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도 한동안 전 세계의 원자력 발전 산업을 마비시켰다.

모두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원자력 선진국에서 일어났으니 벌써부터 원자력 발전의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이미 원자력 발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즉각 전환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안전을 강화한 후 원자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숙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는 원전의 안전성 보장이다.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대규모 정전과 같은 예상을 뛰어넘는 재해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쿠시마 사고로 특히 심각해진 또 하나의 숙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사용후핵연료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은 없다. 그런데도 400기가 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1만2000t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오고 있으며 이미 창고에 쌓여 있는 것만도 30만 t에 육박한다.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은 ‘유카 산’을 처분 후보지로 정했다가 30년이 지난 후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프랑스와 일본도 아직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으나 전문가들조차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원자력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00만 년 동안 안전함을 입증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첨단 핵반응으로 변환시켜 반감기가 짧은 중저준위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위를 중저준위로 변환시키면 몇백 년만 관리하면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벨기에 등의 전문가들이 이 혁신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이제는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기술을 실증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용후핵연료의 중저준위화 기술은 우리나라 같이 원자력 발전을 많이 하면서도 국토가 협소한 경우 최고의 효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이미 건설 중인 동굴 방식을 활용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중저준위화해서 처분할 수 있다. 병원과 일반 산업체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므로 어느 나라도 중저준위 처분장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없앨 수 있는 이 혁신 기술은 국민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 소수의 전문가가 선진국들과 공조해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원자력계가 혹시 연구비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우려해 이 혁신기술 연구를 밀어내려는 모양이다. 후쿠시마 대재앙을 목격한 국민의 안전을 갈구하는 외침에 원자력계가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우리 원자력계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원자력을 국가 에너지 계획의 주축으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송명재 한국동위원소협회 교육연구 원장, 전 한국수력원자력 방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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