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윤배]우울한 ‘과학의 달’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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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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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올해도 과학의 날(21일)을 맞아 정부는 과학기술계 유공자들을 표창했고 다양한 과학 체험행사도 열렸다. 그런데 과학기술계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들어 안타깝다. 과학의 날이라면 과학기술자들이 자부심과 긍지 속에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정하고, 사회는 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축제의 날이어야 하지만 행사가 의례적이고 일과성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 없어 과학기술계 표류

이 같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심해진 느낌이다. 특히 과학 컨트롤타워 부재가 과학기술계에 더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부 일부 기능이 교육과학기술부로 흡수 통합되면서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책임지고 이끄는 부서는 물론이고 책임자가 누군지도 불분명해 과학기술계는 방향을 잃고 표류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반도체와 휴대전화, 자동차 등을 수출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 하나로 피와 땀을 쏟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눈물 덕분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반도체와 에어컨 등 세계 1위 기술력이 다른 나라들에 머잖아 추월될 위기에 놓여 있고 이공계 이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공계 이탈의 주된 이유는 ‘이공계 출신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이공계 출신 홀대 풍토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 자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나라 과학 및 경제 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기회의 시대이지만 누구도 남을 위해 그 기회를 잡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잡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는 결코 우리에게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21세기 과학 선진국으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과학기술 육성을 미래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재 이탈 심화로 과학기술 인력 수급 문제가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R&D 투자에 인색하고 구조조정 때마다 연구개발 인력을 1순위로 퇴출시키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1세기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 과학자들이 사회적 관심과 존경 속에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타 과학자를 키우고 과학자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과학자 명예의 전당 등도 신설해야 한다. 기업이나 대학들이 우수 과학자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초과학 등 노벨상 수상 가능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이웃 일본은 15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과학기술인 존중받는 풍토 조성을

그리고 주요 공직 및 국회의원 등에 대한 ‘이공계 출신 인재 우선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18대 국회의원 299명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은 7% 정도다. 정부 고위공직자 및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이공계 출신 비율 역시 30%를 밑돌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포함한 국가 권력의 핵심인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고 21세기 먹을거리도 해결할 수 있으며,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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