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원]방재복 너무 빨리 벗은 간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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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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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도쿄 특파원
김창원 도쿄 특파원
동일본 대지진 발생 꼭 3주째였던 1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비롯한 일본 내각 관료들이 일제히 방재복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지금까지의 비상 태세에서 벗어나 피해 복구와 부흥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간 내각의 의지를 ‘드레스 코드’로 밝힌 셈이다. 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전의 모습을 되찾자는 의미의 ‘복구’를 뛰어넘어 멋진 일본을 (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정부의 입’으로 불려온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지진 발생 직후부터 하루 수차례씩 해오던 기자회견을 2일에는 한 번도 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일본 정부는 “정례 기자회견은 평일에 하는 것이기에 통상적인 대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 내각의 이 같은 변화는 ‘외부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총리가 방재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면 외국으로부터 ‘도쿄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간 총리가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당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지하수와 인근 지역에서 도축된 쇠고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처음 검출됐다. 2일에는 원전 2호기 부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1900만 Bq(베크렐)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바다로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불안하게 주시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은 총리의 낙관과는 달리 계속 악화되고 있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전 시설 내에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턱밑까지 차오르자 간 내각은 4일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 된 오염수를 바다로 내버렸다. 방사성 물질 피해가 대기 토양 수돗물 지하수에 이어 바다로까지 확산됐고, 급기야 일본인이 즐겨 먹는 까나리 등 어류마저 대거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

일본 정부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무단방류에 한국과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고농도 오염수의 확산이라는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정부 부처끼리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간 내각이 ‘드레스 코드’를 바꾼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전혀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옷만 바꿔 입고 ‘일본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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