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정권은 리비아 상황을 誤判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북한이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을 들먹이며 핵 포기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제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란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그럴듯하게 속여) 무장해제를 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거친 육두문자로 핵 개발을 정당화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워 속임수로 핵을 포기하게 한 다음 군사적 공격을 했다는 북한판 음모론이다.

미국의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리비아 공습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카다피가 자국민에게 무기를 들이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리비아 사태를 평가하는 정상적인 시각이다. 북한의 억지 주장은 불길처럼 번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요구와 다국적군의 공습을 지켜보면서 불안한 심리를 드러낸 것이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사태 개입은 카다피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민을 전투기와 탱크를 앞세워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엔 결의 1973호에 따른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계획적 침략이 아님은 리비아의 핵 포기 선언 이후 과정을 봐도 명백하다. 카다피는 2003년 모든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핵 사찰을 받아들였다. 2004년에는 대미(對美) 강경노선을 버리고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미국은 2년 뒤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런 과정이 모두 속임수였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일 정권이 ‘재스민 혁명’의 확산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평양방송은 10일에도 “일부 나라에서 색깔혁명(재스민 혁명 지칭)이 일어난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고 제국주의자들이 불어대는 기만적인 자유, 민주주의 나발에 춤을 춘 것과 관련된다”고 논평했다.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이다. 북한 주민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북한을 향해 거듭 ‘리비아식 핵 포기’를 촉구했지만 이런 충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지 않는다. 남북한 7000만 동포가 ‘핵 없는 세상’에서 평화와 통일로 함께 가자면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처럼 김정일을 권좌에서 축출하는 길밖에 없는 것 아닌가. 김정일은 오판(誤判)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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