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임숙]혼란스러운 테마株… ‘투자원칙’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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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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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경제부 기자
하임숙 경제부 기자
22일 물의 날을 맞아 2007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물 펀드를 다시 생각해 본다. 당시 물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는 “물 부족 시대에 13억 중국 인구가 씻기 시작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름이 ‘북청 물장수’인 펀드도 있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던 물 펀드는 4년 만에 수익률이 거의 반토막 났다. 한때 5000억 원이 넘었던 설정액은 3분의 1로 줄었다.

기후 변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는 심각한 지구적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어젠다가 기업의 실제 수익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물 펀드가 투자했던 상하수도 공급 서비스 및 개발 업체가 ‘씻기 시작한 중국인’으로 인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들이 엉뚱한 근거로 테마에 휩쓸린 사례는 물펀드가 처음은 아니었다.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에는 ‘만리장성 4인방 테마’라는 것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데, 한국의 한 알루미늄 업체가 새시를 납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상한가를 쳤다. 신발업체는 ‘인부들이 신는다’며, 호빵업체는 ‘인부들의 간식으로 결정됐다’며, 한 제약회사는 ‘인부들이 체하면 소화제로 공급된다’는 소문으로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소가 웃을 만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정말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최근 증시에서는 ‘박근혜 테마주’에 이어 ‘유시민 테마주’가 유행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그들 중 누군가가 실제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기업의 수익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는 기업들이 단지 ‘친분이 있다더라’거나 ‘정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테마주 열풍의 끝은 정해져 있다. 오너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2008년 전후로 주가가 상승했던 한 여행사의 주가는 5분의 1 토막이 났다.

테마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던 ‘삶의 질’이라는 테마는 메릴린치가 2000여 명의 소비 행태를 직접 조사하고 기업 실적 변화를 예측한 뒤 발표한 것이다. 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된 테마였고 생명력이 길었다. 투자문화가 선진국형이 될수록 황당한 테마는 증시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투자문화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20일 한국을 두 번째 방문한 워런 버핏에게 ‘투자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의 유명한 투자원칙 중 하나가 ‘남이 투자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쉬울 것 같지만 지키기 어려운 투자 원칙이다.

하임숙 경제부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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