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대학홈피 구호는 ‘글로벌’… 총장 인사말은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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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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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승 교육복지부 기자
강혜승 교육복지부 기자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가 지난주 삼성그룹 사장단 앞에서 강연을 했다. 주제는 ‘글로벌 경쟁시대의 인재 육성’. 조 교수는 “창의성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허락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강요하는 기업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다.

조 교수는 글로벌 인재를 갈구하는 대학에도 일침을 놨다. 도마에 오른 것은 대학 홈페이지에 나온 총장들의 인사말. 짧은 인사말을 통해서도 대학의 경쟁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국내 대학의 총장 인사말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연유를 물어봤다.

“총장의 인사말은 대학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반영합니다. 대학의 교육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미국 유명 대학과 국내 유명 대학의 인사말 내용은 대조적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 스탠퍼드대는 ‘학생들이 배움을 추구하는 특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학교를 소개한다. 시카고대는 ‘열린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곳이 대학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그에 반해 국내 대학은 국가와 겨레에 이바지하자고 천편일률적으로 강조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한쪽은 학문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한쪽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학도 글로벌 경쟁 속에 세계의 인재를 유치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총장 인사말을 본다면 어느 대학을 선택하겠습니까.”

국내 대학의 홈페이지를 다시 찾아봤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다짐 속에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은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 교수의 지적대로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여, 민족의 자존심을 언급하는 근엄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유명 대학의 총장 인사말은 초대장을 보는 듯했다. 셜리 틸먼 프린스턴대 총장은 ‘학문적 탐구와 성장의 기회가 활짝 열려 있는 공동체’를 약속하며 ‘어떤 목적으로 학교를 방문하든 당신이 구하는 그 답을 찾기를 기대한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국내 대학은 하나같이 세계적 대학을 지향한다.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고민도 같다. 어떻게 세계 최고 대학을 만들까라는. 대학 총장 21명이 최근 그런 고민을 안고 ‘새로운 대학을 말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책 속에서 김인세 부산대 총장은 이렇게 자답했다.

“세계 수준의 대학이란 세계 어느 나라 학생이든 그 대학에서 수학하고 싶은 꿈을 갖게 하는 대학일 것이다.”

3월의 시작과 함께 캠퍼스에 다시 활기가 넘친다. 학문을 향한 교수와 대학생의 꿈이 함께 만개하길 바란다.

강혜승 교육복지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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