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재선]농협법 개정안 2월 국회서 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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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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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두 해가 지났다. 국회는 작년 2월 법안을 상정한 뒤 지금까지 수차례 법안을 심의하였으나 법안 통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경제부문 강화로 농업인 3조 수혜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논의의 출발은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국내 농업 및 농촌의 변화와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쌀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개방되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진행 중이고,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데 이어 앞으로 다른 농업 우위국들과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방 농정 15년의 결과 고령농과 부녀농 중심의 농업 및 농촌은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여 농가부채는 같은 기간 3배로 늘어나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군다나 소비지 유통시장에서 대형 민간유통업체의 점유비가 높아지면서 농업인들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받고 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은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각의 지주회사로 분리함으로써 농협 본연의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산물 유통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농협의 산지 농축산물 취급 비중은 현재 30% 수준에서 2020년 50% 이상으로 확대되고 이를 통한 농업인들의 수혜익만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여 년간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와 농협, 농민단체, 학계 등의 논의가 지속되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차이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최근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농협중앙회 스스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약시우강(若時雨降)’이라 했다. 때 맞춰 내리는 비에 백성이 크게 기뻐한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완벽한 법안을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세부 내용과 실천 방안에 대해 농민단체와 농협, 여야 간 다소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법 개정으로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고 단계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농협법 개정이 지연된다면 농업계의 숙원과제인 농협 개혁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19조 원을 투·융자하는 ‘농업 농촌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젊은 농업인은 희망을 잃고 도시로 떠나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개편될 농협지주회사는 농촌에서 소비자를 위하여 안전하게 농축산물을 생산하게끔 역할을 하고, 생산된 농축산물을 제값에 팔아줄 수 있어야 농업 및 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농협법이 통과돼 농협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농협개혁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만약 2월 임시국회에서 농협법이 통과된다면 농협중앙회도 예전의 사업방식으로는 신경분리 후의 구조 개편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임직원의 경제사업에 임하는 정신과 자세가 농기업 경영 방식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경제사업의 성공은 규모와 조직체계에 의하여 결정되기보다는 조직에서 일하는 인적자원의 질과 조직원의 농업 농촌을 위한 강화된 정신에 바탕을 둔 기업정신에 의하여 판가름 날 것이다. 아무쪼록 쓰러져가는 농업과 농촌을 다시 돌아오는 농촌, 잘사는 농촌, 희망의 농촌으로 탈바꿈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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