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석]우리의 해적 재판, 국제 판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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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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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선박과 국민에 대한 해적행위를 하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을 처벌하기 위한 절차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적은 ‘인류 공동의 적’으로서 어느 나라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의 원칙이 국제법상 확립되어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발생한 해적은 해적의 국적이나 피해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해적을 체포한 국가가 그 국내 법원에서 처벌할 수 있다.

체포한 나라의 법원이 형벌 결정

이 원칙을 반영한 것이 1982년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유엔 해양법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1996년 2월 28일부터 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 헌법 제6조에 따라 이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01조는 해적 행위를 민간 선박 또는 민간 항공기의 승무원이나 승객이 사적 목적으로 공해상의 다른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그 선박이나 항공기 내의 사람이나 재산 등에 대하여 범하는 불법적 폭력 행위, 억류 또는 약탈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약 제105조는 ‘모든 국가는 공해 또는 국가 관할권 밖의 어떠한 곳에서라도 해적선, 해적항공기 또는 해적 행위에 의하여 탈취되어 해적의 지배하에 있는 선박, 항공기를 나포하고 그 선박과 항공기 내에 있는 사람을 체포하고 재산을 압수할 수 있다. 나포한 국가의 법원은 부과될 형벌을 결정하며, 선의의 제3자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조건으로 그 선박, 항공기 또는 재산에 대하여 취할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모든 국가가 해적을 체포하고 처벌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형벌과 재산에 대한 조치는 나포한 국가의 국내 법원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삼호주얼리호 사건에 연관된 해적을 우리 국내 법원이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삼호주얼리호가 우리 국적의 선박이 아니라도 유엔 해양법협약과 보편적 관할권의 원칙상 우리 법원이 처벌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가 해적을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처벌해야 하는 의무도 유엔 해양법협약상 부과돼 있다. 협약 제100조는 모든 국가가 공해나 국가 관할권 밖의 어떠한 곳에서라도 해적 행위를 진압하는 데 최대한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해적들을 처벌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는 역시 당사국으로서 준수해야 하는 국제인권규약 등이 규정하고 있는 형사 피고인 등의 인권존중 의무이다. 이로 인해 많은 비용과 절차적 부담이 따를 수 있지만 국제법상의 인권존중 의무를 준수하면서 해적을 처벌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일이다.

‘아덴만 여명’이어 세계적 관심

해적의 처벌을 위한 국제재판소의 활용도 필요하다. 현재 유엔 해양법협약상 해적의 처벌은 기본적으로 각국의 국내 법원에 맡겨져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집단살해죄와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만 다룰 뿐 해적 행위를 관할하지 않는다. 최근 유엔에서 해적전담재판소 설립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엔 차원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제재판소를 통한 해적 처벌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의 규정을 개정해 해적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해적을 체포한 국가들이 국내 법원에서 적법 절차를 거쳐 사법처리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번 사건 처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국제법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한다면 우리나라가 국제정의와 인권의 선진국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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