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규제는 풀고 기업 범죄는 용서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부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로 상충되거나, 투입되는 자금에 비해 가치가 없거나, 혹은 명백하게 멍청한 규제들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일각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親)기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JP모건체이스 회장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이나, 이른바 ‘부자 감세(減稅)’를 계속하는 데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필수조건임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한국에는 기업의 시간과 돈과 투자의욕을 빼앗는 불합리한 규제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 행정권력과 정치권력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제 완화는 징세를 통한 재정 투입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과는 크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에라도 규제 줄이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경제대통령의 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하지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과 일부 기업의 불법 탈법을 다스리는 일은 전적으로 별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424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7000여 개의 차명(借名)계좌와 차명주식을 통해 3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비리 행태가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든다.

어떤 이유로든 기업 범죄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비리 기업인들을 봐줄 수도 있다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래서는 선진국도 될 수 없다. 기업 규제는 최대한 풀되, 기업 범죄는 추상같이 다스려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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