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포스코 공장 타협’ 갈등해결 새 모델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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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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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사회부 기자
이권효 사회부 기자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는 한정된 자원을 이해 당사자의 불만을 사지 않고 어떻게 잘 분배할까를 고민했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이른바 ‘파레토 최적(最適) 상태(Pareto optimum)’다. 파레토 최적이란 자원 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의 가장 바람직한 조정’도 비유적으로 곧잘 사용된다.

1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新)제강공장의 공사 중단 사태가 1년 반 만에 일단락된 것은 파레토 최적의 한 가지 사례라고 할 만하다. 건축 허가를 내 준 경북 포항시와 공사 주체인 포스코, 고도제한 법규를 적용해 공사 중단을 요청한 국방부가 마음을 닫고 각자 주장만 펼쳤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다. 그동안 포항시와 포스코는 이미 1조3000억 원이 투입된 데다 2조 원 이상의 후속 투자가 예정된 대규모 프로젝트가 고도제한 규정을 어겨 ‘불법 건축물’로 전락하는 상황은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는 나라 경제의 기둥인 철강산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정 과정에서 포항시의 희망은 포스코 구역(포항제철소 전역)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자기 입장을 은근히 강조하기 쉽지만 그렇게 하면 전체가 망가지기 쉽다”며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갈등을 푸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포스코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와 포항지역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포항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조정안대로 포항공항 활주로를 확장할 경우 공항 소음 피해를 보는 주민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신제강공장 부실 허가라는 ‘원죄’를 씻고 목표인 ‘영일만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시장이 18일 조정 직후 “‘신제강공장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활주로 확장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52만 시민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레토 최적’과 비슷하면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어정쩡한 중간 타협이 아니라 불안정한 긴장 속에서 최선의 상태를 이끌어 내는 ‘역동적 균형(Dynamic Balance)’을 말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마찰을 줄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대표 모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항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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