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 대북방송에 주파수 할당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탈북자들이 주로 꾸려가는 민간 대북(對北)방송들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국과 세계의 소식을 담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단파(短波)로 쏘고 있다. 북한에 있는 취재원을 통해 북한 소식을 국내에 전해 주기도 한다. 선발 주자인 자유북한방송을 비롯해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등 4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재정과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

2004년 4월 인터넷방송으로 출범한 자유북한방송은 그해 6월 노무현 정부의 대북심리전 방송 중단에 반발해 12월부터 단파를 이용한 대북방송을 시작했다. 운영 자금은 미국 국무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전파는 주파수 임대업을 하는 영국 VT그룹에 하루 한 시간 방송하는 데 연간 10만 달러씩 주는 조건으로 빌려 사용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지원금은 모두 전파 임차료로 지출되기 때문에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은 국내 독지가들의 후원금으로 간신히 이어간다. 다른 대북방송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로부터는 전파를 비롯해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간 대북방송들이 정부로부터 전파를 할당받지 못해 외국의 전파를 임차해 쓰고 운영 자금까지 외국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의 민간 대북방송 단체인 시오카제(潮風)가 2007년 3월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전파를 부여받아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04년 정부 주도의 대북방송들이 폐지됐으니 정부는 그때 남은 주파수들을 민간 대북방송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옳다.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하면 민간 대북방송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춘천MBC는 작년 5월부터 북한에까지 전달되는 자체 AM FM 라디오방송을 통해 열린북한방송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을 대신 송출해 주고 있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춘천MBC가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민간 대북방송은 방송 시간은 짧지만 북한을 잘 아는 사람들이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김정일-김정은 독재 체제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북한 주민 스스로가 민주 자유 인권에 눈뜨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민간 대북방송을 비롯해 국내외 북한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안부터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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