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활]민주당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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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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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동아일보 논설실 회의에서는 “민주당을 칭찬해 줄 일이 좀 없을까”라는 의견이 종종 나온다.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나 정치 행태가 책임 있는 정당과 동떨어진 사례가 잦은 현실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제1 야당이 집권 대안세력이라는 믿음을 못 주면 성숙한 민주주의 정착도, 한 단계 높은 국가적 도약도 어렵다.

나흘 전 민주당을 둘러싼 두 가지 현안이 사설(社說) 주제로 논의됐다. 하나는 이석현 의원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차남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고 주장했다가 허위 폭로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강봉균 김효석 이용섭 의원 같은 민주당 정책통 의원들이 재원의 한계를 도외시하고 밀어붙이는 당 지도부의 ‘무상(無償) 복지 시리즈’의 후유증을 지적한 일도 거론됐다.

둘 다 논평 대상으로 손색이 없지만 같은 날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15일자 사설로 채택된 민주당 사안은 ‘공짜의 저주’를 경고한 일부 의원의 소신을 평가하면서 당의 궤도 수정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결정 권한을 지니지 않은 필자가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오랜만에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 국가를 위한 충정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영국 미래학자 이언 앵겔은 저서 ‘지식 노동자 선언’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고 갈파했다. 민주당이 쏟아놓는 공짜 세트는 아무리 달콤한 말로 호도하더라도 어렵게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성취를 무너뜨리고 수렁으로 떨어뜨릴 독약이다. 사회주의의 철저한 파탄이나, 과잉복지의 뒷감당을 못해 허덕이는 유럽 일본 미국 같은 선진국의 실패는 생생한 교훈이다. 몇몇 의원의 상식적 문제의식이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나라 살림이나 국가 경쟁력을 아랑곳하지 않는 요즘 민주당의 체질 때문이었을 것이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에게 “적어도 강 의원이라면 민주당 노선이 지금처럼 가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우리 정치에서는 정책의 합리성을 존중하는 목소리가 설 자리가 없고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김부겸 의원도 “민주당 안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투쟁적이고 극단적 주장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집권을 꿈꾸는 민주당이 여당과 다른 노선을 모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 차별화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경제발전이나 일자리를 흔들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의미를 지닌다. 공짜나 무상이란 이름으로 사탕발림한 ‘혈세(血稅) 복지’, 기업과 돈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고 계층 갈등을 부채질하는 선동 경제, 이미 파산한 햇볕정책 도그마에 집착해 엄중한 남북 대치를 외면하는 구멍 난 안보관(觀)으로는 희망이 없다. 이런 구태(舊態)로는 다수 국민에 다가가기도 어렵겠지만 혹시 그런 전략이 먹혀들어 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해도 국민과 국가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1987년 김영삼 김대중 씨가 갈라서기 전의 제1 야당이었던 신민당은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군부정권에 맞서는 정치세력이라는 점과 함께 자유민주 질서를 벗어나지 않는 정책 노선도 국민을 안심시켰다. 민주당이 양김(兩金) 분열 이전 야당의 안보 정책, 노무현 정부 출범 이전의 경제정책 노선으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국민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균형감각과 상식을 말하는 강봉균 김부겸 같은 의원이 늘어나고 당의 진로 결정에 발언권이 커지면 민주당도 살고 한국도 살 텐데 싶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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