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최영해]투손에서 보여준 오바마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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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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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애리조나 주 투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수습하는 데 매달렸다.

토요일 아침인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투손에서 터진 총기난사 사건은 민주당 소속의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애리조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선언했다.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사건 당일 현지에 내려가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의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수습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이날 밤에는 기퍼즈 의원의 남편인 해군 조종사이자 항공우주국(NASA) 소속의 마크 켈리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습책을 논의한 사람도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이날부터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총기난사 사건에 집중됐다.

사고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이미 잡혀 있던 뉴욕 제너럴일렉트릭(GE)사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종일 사고 수습에 진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에 전국적으로 묵념의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과 의회, 정부 부처 및 관공서에서는 이날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했고 미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자 한 아버지로서 희생자 가족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 언론에선 정치권의 지나친 독설과 투쟁이 이번 사건을 불러일으켰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비난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12일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투손의 애리조나대에서 열린 추모식에 직접 참석했다. 9시간 동안 투손에 머무른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중태에 빠진 기퍼즈 의원의 병실을 찾아 상태를 살폈고, 병실을 지키고 있던 남편 켈리 씨를 위로했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 연설이 열린 애리조나대 농구경기장에서 기퍼즈 의원을 처음으로 응급조치한 인턴 보좌관인 대니얼 에르난데스 씨를 포옹했다. 30분 이상 이어진 추모 연설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를 비난하지도 않았고 정파적 발언도 일절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모식에서 던진 메시지는 ‘미국의 단결’이었다. 울먹이는 듯한 그의 표정과 연설 중간에 51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의 침묵은 어떤 말보다도 호소력이 느껴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큰 타격을 입힌 보수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와 독설을 퍼부은 보수 논객을 이번 기회에 손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당장 눈앞의 계산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동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바마 정권2년 동안 공화당의 분노를 촉발한 것도 어쩌면 오바마 대통령 자신일지도 모른다. 집권 초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모두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공화당과의 대립을 더욱 격화시킨 탓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여준 그의 행보는 모든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 대신 통합의 리더십을 대통령이 온몸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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