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짜의 저주’ 경고한 민주당 정책통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2009년 일본 총선인 중의원 선거에서 ‘공짜 공약(公約)’으로 재미를 봤던 민주당 정권이 요즘 혼쭐이 나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야당 시절 아동 수당 신설, 고교 수업료 무상화, 고속도로 사용료 면제 같은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복지 공약에 필요한 16조8000억 엔(약 226조 원)의 재원은 낭비성 예산 삭감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한 뒤 지난해 사업 재검토로 줄인 예산은 7000억 엔에 불과했다. 공공사업비 삭감과 세제(稅制) 개편으로 쥐어짜도 소요 재원의 23%인 3조9000억 엔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복지 예산이 늘면서 세출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져 가뜩이나 세계 최악인 적자재정을 더 악화시켰다. 결국 민주당 집행부는 13일 당 대회에 제출한 의안(議案)에 “야당 시절 정권 교체를 위해 요구한 사업 및 예산을 총점검해 필요성이 낮은 것은 삭감, 폐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국의 민주당이 재원 문제를 도외시하고 몰아붙이는 무상(無償)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 대학 등록금 절반 인하 같은 ‘공짜 시리즈’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가 내놓은 안(案)의 재원 관련 대책은 모두 엉터리”라며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던지는 게 합당한가”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지낸 김효석 의원은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섭 장병완 최인기 김성순 의원 등 관료 출신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민주당에서 정책통 의원들이 ‘공짜의 저주’를 경고한 것은 아무리 집권이 절실한 야당이지만 국가 장래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충정의 표현으로 들린다. 당의 노선을 합리적으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의원이 많아질수록 민주당을 집권 대안(代案)세력으로 여기는 국민도 늘어날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는 당장은 달콤해 보이지만 두고두고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고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킬 것이 분명하다. 복지예산은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막대한 세금을 잡아먹고 일단 도입하면 국민의 타성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철회하기도 어렵다. ‘무상’이니 ‘공짜’니 하지만 결국은 ‘세금 복지’다. 국민의 부담이 늘면 늘수록 민간의 경제적 활력은 시들고 말 것이다.

소득세를 안 내는 근로자도 자신의 회사가 복지비용 때문에 높은 법인세를 내게 되면 급여와 사내(社內) 복지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영업자는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을수록 자기 가게로 올 수 있는 돈이 줄어들어 장사가 안 될 것이다. 직접세를 한 푼도 안 내는 사람도 간접세는 내고 살아야 한다. 복지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모든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서민과 저소득층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복지비용을 부자들에게도 나눠줘야 하니까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과잉복지는 나라살림과 경제를 망쳐 종국에는 국부(國富)를 갉아먹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어제 “민주당의 소위 보편적 복지정책은 참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큰 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이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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