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공직기강 바로 세울 의지 보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청와대 경호처 전 간부(부이사관)가 경호장비 업체로부터 25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경호작전상 비공개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7일 검찰에 구속됐다. 어느 공직보다 기강과 보안의식이 살아있어야 할 청와대 경호처가 업자들의 뇌물 공세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금품수수 시기는 2008년 8월과 2009년 1월이다. ‘주요 시설 대공방어시스템 비공개 자료’라는 제목의 입찰제안서 초안을 업체에 넘긴 시점은 2009년 4월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할 무렵 청와대 안에서도 물이 줄줄 새고 있었던 꼴이다.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권 로비업자 유모 씨로부터 운영권을 따거나 알선·인사청탁 등을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명단을 보면 우리 사회에 썩지 않은 곳이 없다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전직 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과 현직 치안감 경무관 총경급 간부 등 10여 명의 경찰간부와 전직 장차관, 공기업 임원, 여야 국회의원까지 이름을 올렸다. 10만 경찰을 지휘했던 총수가 4000만 원을 주고 유 씨의 출국을 권유했다고 한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법률지식을 이용해 범인도피를 교사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다. 전직 군 고위 장성이 대형 무기체계 도입사업에 참여했던 일부 대형 방산업체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행정 각부와 처, 청 등 37개 기관의 감사관을 긴급 소집해 고위 공직 비리에 대한 ‘무(無)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같은 해 하반기 강원 정선 카지노에서는 차관보급을 비롯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찰 등 수십 명이 상습도박을 벌이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런 마당에 3개월간 비워뒀다가 내정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법무법인에 재직하던 7개월간 평균 1억 원씩 받는 특권적 전관예우를 누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한 2008년 1월부터 급여가 2.5배로 뛰었다. 이런 사람이 감사원장을 맡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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