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軍 밥그릇 싸움과 육군의 과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작전 지휘체계는 의장→작전본부장→작전부장으로 돼 있다. 군(軍)은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해군 소장이 맡았던 작전부장을 다시 육군 소장으로 환원해 합참의 작전 지휘부를 육군이 독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참은 북한의 최근 도발이 서해 5도 주변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해 천안함 사태 후 해군 소장을 합참 작전부장에 기용했다. 그런데 5개월여 만에 ‘해군 출신은 합동작전에 밝지 않다’며 다시 육군 소장으로 바꾼 것이다.

작전부장의 직속상관인 작전본부장도 육군 중장이 맡고 있다. 작전본부는 장차 합동군사령부로 격상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육군이 합동군사령부를 장악하기 위해 선수(先手)를 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합참은 2009년 조직 개편 때 작전본부장을 제외한 다른 두 본부장 자리는 해공군 중장에게 맡기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 이를 무시하고 육군이 본부장 세 자리를 독차지했다.

합참 측은 “합참에 근무하는 육해공군 장성 비율을 2:1:1로 한다는 대원칙은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육군 측은 “전체 병력 비율은 8:1:1이고 장교 비율은 4:1:1인데 합참에서만 2:1:1로 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비율 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육군이 높은 보직을 차지해야 마땅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현대전은 속전속결의 성격 때문에 육군보다는 공군과 해군 작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병력 규모를 기준으로 나눠먹기를 한다면 합동성 강화를 바탕으로 한 전력 증강은 요원하다.

천안함 사건 당시의 이상의 합참의장과 연평도 사건 때의 한민구 현 합참의장은 의장이 되기 전까지 단 한번도 합참 근무 경력이 없다. 육군 출신의 전직 국방장관은 “합참의 중요성을 망각한 인사 관행”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3군 합동작전의 중심인 합참의 주요 간부들과 최고 지휘관인 의장이 육군 일색에다 합동작전 비전문가들이라면 합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육군 조직 개편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창설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작사는 육군의 1군과 3군사령부를 통합해 만들려는 전방 작전사령부다. 2005년부터 거론된 지작사 창설은 2015년으로 다시 연기됐다. 이런 판에 훨씬 복잡하고 중요한 기능을 가진 합동군사령부를 2년 안에 만들겠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육해공군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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