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허위 글 처벌 법규 서둘러 보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글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2008년 7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외환위기 관련 글을 게재한 박대성 씨 등이 신청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문제의 법 조항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은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표현 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허위의 통신’도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위헌 결정의 이유다.

이번 결정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괴담 수준의 허위사실 유포 행위의 폐해가 심각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동흡 목영준 헌재 재판관은 ‘공익을 해할 목적은 행위의 주요 목적이 대한민국에서 공동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국민 전체 내지 대다수 국민과 그들의 구성체인 국가사회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해당 조항이 효력을 상실함으로써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허위 글을 유포해도 처벌하기 어려운 데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 때 경찰이 시위여성을 강간했다는 허위의 글과 조작한 합성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모 씨는 면소(免訴) 또는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유언비어를 휴대전화 문자로 전파해 불구속 기소된 17명도 마찬가지다. ‘미네르바’ 박 씨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고의성이나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검찰의 항소로 2심에 계류 중이지만 역시 면소 판결이 불가피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하지만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고 민사 또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인터넷 허위 글의 처벌 대상을 법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위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헌재 결정 취지와 헌법 정신에 맞게 신속하게 대체 입법을 강구해 법적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터넷을 치외법권 지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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