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영식]EBS 수능강의가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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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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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과 EBS 수능교재를 70% 연계하는 정책에 따라 많은 학생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인터넷강의 대신에 EBS 수능강의를 들었다. 그 결과 EBS 수능강의 이용 건수는 전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수능교육 분야에서도 EBSi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해 경쟁업체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민간업체의 교재보다 저렴한 EBS 수능강의교재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러한 결과는 연계정책으로 인해 사교육이 크게 억제되었음을 의미한다.

문제풀이식 아닌 원리 강의로 전환

그러나 2011학년도 수능은 EBS와 연계하면서 변별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어려운 시험이 되고 말았다. EBS 수능강의를 들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학생이 실망했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수능연계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연계 정책 성과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EBS 수능강의를 열심히 수강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성적에 어떠한 차이가 있었는지 상대적으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EBS 수능강의를 열심히 들은 학생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낮게 나왔다면 연계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거나 아직 그런 결과를 분석하지 못했다면 연계 정책의 성패를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번 수능 연계 정책은 분명히 사교육을 억제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수능시험이 난도 높게 출제되면서 내년에도 수능 연계 정책이 사교육을 억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교육당국은 내년에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하겠다지만 수능시험이 대학 입시전형의 가장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는 현실에서 난도를 낮춰서 변별도를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EBS 수능강의를 EBS 교재 중심의 문제풀이식 강의가 아닌 문제 속에 숨은 원리를 찾아 기초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게 하는 강의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EBS 수능강의는 교재에 제시된 문제를 풀어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강의를 직접 듣기보다는 교재만 보거나 그것을 요약해 주는 학원을 찾는다. 교재에 제시된 문제를 그대로 풀어주는 식의 강의보다는 교재에 담긴 원리를 설명하고 이와 유사한 문제를 풀어주면서 응용력을 키워주는 강의가 필요하다.

둘째, EBS는 학교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내신 강의를 대폭 증설해야 한다. 주어진 수업시간에 30명이 넘는 학생을 교사 1명이 각각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EBS 강의가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학교 교육에서 수행할 수 없는 최저 수준의 기초강의와 최고 수준의 심화 강의 등을 제공한다면 수준별 수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연계-변별력 확보 함께해야

셋째, EBS 수능교재와 수능시험의 연계는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의 사교육 열풍 속에서 EBS 수능강의는 연계정책으로 어느 정도 사교육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수능 연계 정책이 사교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연계 정책은 지속해야 한다.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사교육비에 의한 학력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 학생들에게는 EBS 수능강의가 개천에서 용 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식 한국교육개발원 정보화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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