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北, 자기 불에 타죽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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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과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 가동 등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 간에 서로 다른 외교적 반응이 나오면서 동북아에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외교적 분열과 대립은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주재 한국대사와 미국대사를 불러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도록 계속 요구하고 사격훈련에 군사전문가를 파견했다. 한미는 북한이 6자회담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을 다시는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앞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재개는 북한의 도발행위 포기, 핵확산 위협 중단,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책략에 다시 농락당하고 북한의 핵 포기 과정만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여긴다.

중국의 천안함 폭침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의 반응은 비판을 많이 받긴 했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없지 않다. 대화와 자제를 통해 사태 악화를 막고 통제 불능 상태를 피하자고 호소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중요하다. 어느 국가도 한반도 긴장 국면이 격화돼 군사충돌로 이어지고 한반도 전체 질서가 붕괴되는 사태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력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미처럼 북한에 경제적 군사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1953년 이래 57년간 한반도에서 미묘하게 유지되어온 전략적 균형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동북아의 전략적인 구도가 중국의 국가 안전에 불리하게 변해가는 중요한 시점에 중국의 대북 정책상의 보수주의는 일종의 ‘자아방어 의식’의 연속이지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도 한반도의 전략적인 균형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 균형이 빠르게 붕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둘러싼 한미일과 중-러의 외교적 충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러 양국은 북한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는 것도, 한반도의 군사충돌로 새로운 위기 상황이 빚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렇지만 ‘비(非)외교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교적으로 각국에 자제를 호소하되 그렇다고 한미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러가 무언가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관건은 평양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강경’ 혹은 ‘초강경’ 승부수로 다른 국가를 위협할 수 있고, 국제사회로 하여금 자신의 군사도발이나 핵확산 기도에 대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안정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북한이 자신의 힘만으로 전체 동북아 정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여기거나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국가를 자신의 손바닥에서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자기가 지른 불에 자기 자신이 타 죽는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만약 북한이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모두가 그들이 냉정한 두뇌를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어느 나라도 한반도의 위기 심화와 평양의 붕괴를 바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북한이 나머지 국가들에 평온과 평화를 유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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