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우]온실가스 감축은 이미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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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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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려는 칸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1일 폐막됐다. 녹색기후기금 조성 등 일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됐지만 2012년에 만료될 ‘교토 의정서’를 대신할 ‘포스트 교토 의정서’ 체제 도입은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로 미뤄졌다. 한국은 온실가스 비의무감축국 지위를 지속하게 됐다.

한국, 감축 대상국선 제외됐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당장의 숙제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세계 15위의 경제규모나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당면한 중장기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지구 온난화 방지뿐만 아니라 화석에너지가 가진 희소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화석에너지의 사용 절감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에너지 기관은 원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피크오일(Peak Oil)이 2020년 이전에, 늦어도 2030년 정도에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도래시기를 단정 짓긴 어렵지만, 피크오일에 도달하면 석유에 의존해 생산되던 상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수송체계의 대혼란으로 지역 간 이동이 마비되는 등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그 때문에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부존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을 성장 동력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녹색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진국이 녹색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개도국에 부여되지 않음에 따라 선진국이 환경 등 비가격 경쟁 요소를 가격경쟁 요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녹색 국경세(Green Border Tax)’ 형태의 온실가스 규제를 시행할 움직임이다.

녹색 국경세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선진국의 보호주의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관세 인상과 같은 효과를 유발하면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 9대 석유 소비국이자 세계 9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또한 산업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철강, 화학 등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주력 수출산업이다. 갈수록 화석에너지 자원의 희소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력 산업의 에너지 절감 및 대체 기술 개발이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선진국 ‘녹색 보호장벽’ 대비해야

또한 중장기 측면에서 한국은 인구감소로 성장 활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그 때문에 투자 확대나 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데 녹색산업 육성이 이를 충족시켜주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이어가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의 의무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는 데 동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절감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체질 강화, 신성장 동력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산업의 체질 변화 속도를 크게 높일 경우 산업의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부작용이 있다. 비의무 감축국 지위 유지 결정을 장단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온실가스 감축의 최적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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