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석환]다문화가족 위해 방송에 다언어자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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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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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다문화가족의 형성은 크게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사회적 현상이다. 결혼이주여성은 막연히 드림코리아를 꿈꾸며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주노동자 또한 매년 15개 동남아 국가에서 새롭게 드림코리아를 위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0년 6월 기준으로 120만 명이라고 한다. 120만 명 하면 쉽게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지만 경기 수원시 인구가 약 120만 명이니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온다. 한국어능력시험의 문제는 한국어 구사능력만 확인하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다문화가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대다수가 한국어 구사능력도 없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대사관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이 한국을 이해하는 전부인 상태에서 한국 남성을 따라 나서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들이 낯선 한국 땅에서 겪게 되는 언어 문제와 문화적 충돌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인의 날을 지정하는 등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생활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혼이나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입국하는 최초 정착 시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다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리고 주류로 설 수 있게끔, 쉽게 접할 수 있고 문화적 충돌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송매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방송사들은 한류 열풍을 외치며 동남아 국가에 문화 콘텐츠를 수출한다고 하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방송사들의 정책적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법에는 누구나 방송을 시청할 권리, 즉 보편적 시청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 다문화가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문화가족이 일반화되어 있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방송사들은 어느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든지 쉽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프로그램과 함께 다언어 자막을 송출하고 있다.

다언어 자막은 서브타이틀(subtitle)이라고 불리며 방송화면의 음성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자막 데이터를 만들어 방송신호와 함께 송출한다. 그러면 시청자가 원하는 국가의 언어 자막을 선택해서 보는 뉴미디어 서비스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방송과 유사한 방법의 서비스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언어 자막은 다문화가족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제공할 뿐 아니라 방송콘텐츠의 수출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콘텐츠 수출을 위한 사전 윈도 역할을 할뿐더러 제작되어 있는 자막 데이터를 방송 콘텐츠 수출 시 함께 제공한다면 별도의 번역시간과 제작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족은 자국어 방송을 통해 우리 문화 및 언어에 쉽게 적응해 나갈 수 있게 되어 사회적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다문화가족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 일정한 프로그램에 다언어 자막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다언어 자막 방송 서비스가 다문화가족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해 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홍석환 한국IBM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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