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설동훈]외국인 고용, 국내 실업악화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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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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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0’에 의하면 취업사증을 받아서 국내에서 일하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2009년 말 기준으로 51만1000명에 달했다. 2001년과 비교하면 약 4.6배 증가했다.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취업이 가능하지 않은 사증으로 입국하여 취업하는 불법 체류자도 있으므로 그들까지 포함하면 2009년 말 기준으로 6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적 증가는 노동시장의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체의 전체 종업원 중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2004년 15.5%에서 2009년에 27.5%로 높아졌다. 5년 사이에 12%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고용 사업체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뜻한다. 국내 노동시장의 몇몇 부문, 이를테면 영세제조업 건설업 음식점업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상승해온 현실을 반영하는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장래 노동력 부족이 예견되기는 하지만 이는 적어도 10년 이후의 미래 문제다. 현재는 국내 노동력이 매우 풍부하여 청장년 실업이 문제가 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일자리는 한국인이 즐겨 찾던 곳이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업주는 통제가 용이한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고 한국인 구직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에 취업하기를 기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로만 채워지는 일자리가 나날이 늘고 있다.

2004년부터 시행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사업주에게 외국 인력을 공급하여 한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사업주는 한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를 노동시장 테스트라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사업주가 한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한국인을 구할 수 있는데도 외국인 노동자의 장점 때문에 그들을 채용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정부는 경기 침체기에는 노동시장 테스트를 강화하려고 시도하다가 경기가 좀 나아지면 기업에 외국 인력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하여 절차를 오히려 간소화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므로 노동시장 테스트를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여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되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국민 일자리 창출 전략’과 맞물려야 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영세 사업체 인력난 해소 용도로만 활용하는 현실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고용 사업체에 구조조정계획서를 제출하게 하여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국인 근로자를 선호하는 경쟁력 있는 사업체로 거듭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외국인 고용이 기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려면 일정 기간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체는 반드시 일정 규모의 한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을 의무화해야 한다. 사업체가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외국인 고용 쿼터를 늘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외국인 고용 부담금’을 부과하여 국민 일자리 창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노동시장 테스트를 내실화하고 외국인 고용 부담금 제도를 시행하여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기업경쟁력 강화와 국민 일자리 창출 모두에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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