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위기에 北·中거드는 민주당의 정체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민주당은 어제 대변인 논평을 통해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국방력도 중요하지만 외교적 노력에 의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좀 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6자회담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도 중국이 제의한 6자회담 수용을 주장했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민주당이 북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낼 때만 해도 ‘이번에는 우리가 정파를 초월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지금 중국이 6자회담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다. 북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당 고위 간부들을 대거 대동하고 평양에서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연평도 도발을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민주당이 진정 국가안보를 걱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6자회담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용준 전 북핵담당대사(6자회담 차석대표)는 ‘게임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지난 20년간 북핵 협상이 번번이 실패하거나 이행이 좌초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 당국의 ‘핵 포기 의지 부재(不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핵 포기와 그에 상응하는 대가의 지불’이라는 6자회담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고, 북의 핵 보유 의지를 내심으로부터 좌절시키는 데 전략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설사 백번 양보해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매사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대화보다 일치단결해 북의 도발을 응징하고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하는 엄중한 국가안보위기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민주당이 중국과 북한을 거드는 일에 목청을 높이는 것은 우리의 내부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북이 노리는 출구전략을 도와줄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현재 서해상에서 진행 중인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적 앞에서 무장해제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이 훈련은 북의 망나니 같은 불장난 책동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적 대응이다. 아무리 정부 여당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야당들이라도 정파성을 국가안보보다 우위에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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