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류원식]민주당 ‘한미FTA 오락가락’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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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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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퀴즈를 낸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문제) 다음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은?

①폐기 ②현 협정문(2007년 타결) 비준 ③전면 재협상 뒤 비준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무도 모른다”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스스로도 답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당내에 통일된 의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민주당 내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있다. 바로 “절대 비준 불가”다.

한미 FTA 추가쟁점 1차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11일 의원총회 때부터 ‘비준 불가론’이 나오더니 협상 결렬이 공식화된 12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비준 불가가 당론’임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협상 보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겼다.

사실 야당이 비준 불가를 외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에 낳은 작품인 한미 FTA를 결국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주요 당직자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 대책’을 강조한 손 대표는 당초 “재협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가 대표 취임 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자 재협상 쪽으로 무게를 옮기면서도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협정문 체결 당시 주무 장관(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재협상에 나설 경우 자동차 섬유 등에서 양보만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재협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 ‘쇄신연대’ 소속 최고위원들은 기존 협상안 중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외국 투자자가 해당 투자국 정부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독소조항’으로 간주하고 이를 철폐하는 내용으로 협정문을 수정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거부하는 민주노동당 등과도 비준 반대를 위한 공조를 하고 있다.

이제 민주당은 ‘비준 불가’라는 간단한 구호만 외치기보다는 한미 FTA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당론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당론이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비해 국익에 어떤 점에서 더 도움이 되는지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한미 FTA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 비준 반대만 외치는 것은 수권정당의 모습답지 못하다.

류원식 정치부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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