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훈]다자간 무역협상 DDA에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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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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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를 이웃으로 둔 면적 10만여 km², 인구 약 5000만 명의, 태평양 연안 한반도에 자리 잡은 분단국가이다. 지리적 위치와 면적, 인구 규모는 정치 사회적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절대적 요건이다. 땅은 좁고 면적에 비해 사람은 많으며 여기에다 자원이 부족했던 관계로 나라를 개방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된 1970년대 초반에야 겨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나 네덜란드 스위스의 경제발전 사례가 증명하듯이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살길은 문을 열고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국제사회와의 연계 강화가 반드시 좋은 점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나라의 문을 열면 국제사회와의 협력 증진과 함께 경쟁의 심화, 상호의존성 증대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중국이 기본금리를 0.25% 올리기로 하자 다음 날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인 적이 있다. 무한한 상호의존이라는 국제사회가 가진 하나의 단면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개방과 경쟁의 DNA가 흐른다. 우리 민족은 나라의 문을 열고 해외로 나갔을 때 흥(興)했고, 문을 닫아걸고 국내 문제에만 몰두했을 때는 쇠(衰)했다. 해외로 나가 나라를 흥하게 만든 대표적 인물이 9세기 통일신라시대의 무역왕 장보고이다. 장보고는 대선단을 이끌고 통일신라 발해 당나라 일본 류큐를 하나의 무역권으로 묶었다. 장보고 선단의 모항(母港)인 청해진은 국제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인근 지역 주민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나라의 문을 닫아걸었던 조선시대 말기에는 많은 백성이 오랜 기간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해야만 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인 13,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제1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APEC은 1989년 창설 이래 ‘개방된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모토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지원, 고도의 무역·투자 자유화 달성을 목표로 하는 보고르 선언 발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지원 등 개방과 자유무역 촉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에는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금지 원칙(Standstill)을 도입하였으며, 금년에는 선진 5개국과 개발도상 8개국이 참여하는 보고르 목표 이행평가가 실시되는 등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근년 들어 APEC 회의에서 무역의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요코하마 정상회의에서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보고르 목표 이행평가, DDA 협상 지원 및 물류개선 등 무역 자유화와 원활화 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보다 더 좋은 방안은 사실 없다.

무역 어젠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153개국이 참여하는 DDA 협상이다. 우리는 G20과 함께 APEC 정상회의를 활용하여 무역 어젠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고, 공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DDA 협상 타결을 통한 다자무역체제의 정상적인 작동은 세계경제의 회복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과 보호주의 저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는 장기간 교착상태에 있는 DDA 협상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DDA 협상 출범 10주년을 맞는 2011년을 기회로 삼아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이 위치한 제네바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G20과 APEC 정상회의가 DDA 협상 타결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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