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훈]KTX, 지역경제 탯줄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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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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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에 따라 KTX를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2시간 18분이면 도착한다. 418km의 공간적 장벽을 기술력을 앞세워 일거에 넘어선 쾌거이다. 여기까지가 신규 교통시설 개통에 대한 평가의 일반적 모습이다. 대부분의 고속도로 개통이나 지방공항 완공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에서 더욱 주목받는 것은 서울∼부산 구간의 최고속도나 시간단축보다 새로운 정차역 도시, 즉 오송 김천(구미) 경주 울산이다. 미래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점인 청원군, 대표 산업도시 구미와 울산, 그리고 국내 최고 문화관광도시인 경주가 KTX 영향권에 포함되면서 국토 이용체계가 급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4년 1단계 개통이 수도권의 확산, 대구 및 부산의 재발견을 위한 기회였다면 2단계 개통은 이런 상황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도라는 교통수단은 전통적으로 역 중심의 거점화를 주도하는 도시 발전의 원인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과 익산이다. 대규모 고속 이동수단인 KTX는 거점화에 규모를 더하면서 세종시 이전과 함께 수도권 확산을 가속화하고 대구 중심의 대경권과 부산 중심의 동남권의 거점화를 앞당기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권의 광역화는 지방경제에 새로운 도전이며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통시설은 고속도로였다. 철도는 도로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항공 역시 일부 구간에서만 경쟁력이 있는 교통수단이었다. KTX가 등장하면서 크게 변했다.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 이전 서울∼대구 구간 23.5%에 이르던 항공분담률은 현재 1% 미만으로 떨어졌다. 64.4%가 이용했던 고속도로 이용률은 39.7%로 떨어진 반면 KTX를 포함한 철도 이용은 12%에서 60%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고속철도 국가인 프랑스에서 지역 간 통행의 80%를 TGV가 담당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KTX로의 쏠림 현상은 이번 2단계 개통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가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오염, 사고, 혼잡의 사회적 비용을 적게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철도 중심 교통체계로의 전환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기존의 교통인프라, 즉 국도 등 노후 도로시설이나 지방공항의 활용성은 앞으로 더욱 떨어지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철도는 대량교통수단으로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효율성이 입증된다. 반면 도로는 이동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본권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그러므로 향후 도로관리 정책방향은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로정책의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변해야 한다. 지방 국토관리청이 주관하는 도로정책이 주로 ‘건설’에 방점을 두지만 ‘관리’가 중요해지는 앞으로는 지자체가 주관해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지방공항은 적자가 예상된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응 역시 지자체와의 교감을 통해 가능하다. 도시발전계획이 국제화를 추구한다면 국제선을 유치하거나 또는 저가 항공사를 유치할 수 있다. 항공 수요가 부족할 경우 에어쇼, 기구 페스티벌 등 ‘지역 알리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빨대효과’라는 용어로 KTX의 부정적 영향을 집약하기도 한다. 필자는 KTX를 지방에 존재하는 경쟁력을 세계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탯줄’(교통인프라)로 표현하고 싶다. 사장될 수도 있는 지역의 창의적 사고가 KTX라는 탯줄을 타고 다른 지역의 경쟁력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바란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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