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진명]佛의 모든 약탈목록 확인후 반환협상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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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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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국가 원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참가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일을 계기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나는 G20과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므로 두 가지를 섞거나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G20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이 문제를 개별 회담에서 다룰 수 있다. 양국 간의 현안이므로 G20이 아니라도 양국 관계자가 만나서 협상하면 된다.

외규장각 반환 문제가 제기된 199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0여 년을 의궤 297권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다. 다른 자료에 대해서는 왜 언급을 하지 않는가? 외규장각에서 온 물건 모두를 우선 파악하고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 그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대여다 뭐다 해서 무엇인가 성사가 돼도 반환 얘기는 끊임없이 다시 제기된다. 1866년 이래 150년을 의궤 없이 살아왔는데 무엇이 그리 급한가?

로즈(Roze) 제독이 BNF에 넘겨준 자료의 정확하고 확실한 목록이 있다고 내가 금년 3월에 밝힌 바 있다. 그 목록에 있는 것만도 351점이다. 그중에는 보물급의 ‘동아시아(중국 한국 일본) 지도’가 들어 있다. 일명 ‘1595년 왕반 천하여지도’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왕반이 그린 지도를 바탕으로 조선궁중에서 수정을 가하여 임진왜란 직후에 다시 그린, 즉 조선본 동아시아 지도이다. 당대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고 자세한 지리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실로 찬란하고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가 높다. 왕반 지도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지도의 가치는 더욱 크다. 나는 이번과 같은 기회에 외규장각 협상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했는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문 보도를 보면, 프랑스가 그냥 대여를 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책이 BNF 동양필사본부 수장고를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없다고 본다. 의궤가 떠나면 비게 될 자리를 채울 한국 도서를 한국이 제공하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BNF의 보존 책임자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자료가 소장된 수장고의 열쇠를 정치인이나 외교관에게 선뜻 넘겨주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새로, 한국의 규장각 및 장서각과 프랑스의 BNF의 전문가가 마주 앉아 모든 자료를 파악하고 확인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다음에 실제로 무슨 방법이 가능한가부터 논의해야 옳다고 본다.

이진명 프랑스 리옹3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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