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태]갈등비용 年300조… 신뢰사회 묘안 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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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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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경이로운 국가 발전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압축 고속성장에 따른 성장통 속에서도 민주화를 달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를 기반으로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지구촌 수많은 국가의 역할 모델이 됐다.

그럼에도 세종시나 4대강 논란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사회갈등지수가 매우 높고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낮다. 사회갈등 비용만 연간 300조 원 규모로 추정(삼성경제연구소)될 정도다. 매우 높은 사회갈등지수와 신뢰의 부족 현상은 힘들여 이룩한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과실을 갉아먹으면서 제2의 도약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언제부턴가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구심점을 잃고 분열하면서 미래를 위한 비전 아래 한데 모으지 못했다.

한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할 것이냐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점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넘어 사회 전체를 응집시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발전 패러다임이다.

초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계층 연령 성별 지역 간 벽을 넘어 사회 통합과 확실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시대정신의 실천이 절실하다. 사회갈등비용의 낭비만 없다고 해도 국민소득 2만 달러는 물론이고 3만 달러도 저절로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이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시대정신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포괄하는 인본주의 기반의 사회적 신뢰 구축이다. 신뢰야말로 새로운 국가사회 발전 전략의 핵심이어야 한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증가한다. 세계은행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이 세계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물적 자본보다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이 부의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 간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자산을 말한다. 신뢰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국민소득 4만 달러가 훨씬 넘는 네덜란드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8.29(1위)로 우리나라의 5.70(25위)보다 훨씬 높다. 신뢰지수도 네덜란드는 7.60(2위)이지만 우리는 5.21(31위)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 가스전의 개발로 나라 전체가 흥청망청했다. 그러다가 제조업 등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1970년대에 위기가 왔다.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하고 실업이 급증했으며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네덜란드는 경제위기를 사회적 신뢰로 극복했다. 산학연 연대의 혁신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 신뢰와 협의문화에 기반을 둔 정책을 도출하고 이를 노사정 협의 생산체제와 연결함으로써 안정적인 상생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국가의 주요 주체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한 신뢰 조성, 사회통합 및 시장 발전을 조화롭게 추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모델을 찾았다.

국민의 경제 의지만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장점을 보완할 새로운 질적 발전 원동력이 필요하다. 신뢰 기반의 사회적 자본 확충과 인본주의적 창의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된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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