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금 독점-감독 사각’이 부추긴 공동모금회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0년부터 연말연시마다 서울시청 앞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워 나눔의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선한 목적의 공동모금회가 수년간 국민성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기부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받은 지난해 자체 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동모금회 인천지회는 2006년 제작한 사랑의 온도탑을 3년째 계속 쓰면서도 1000만 원씩의 제작비를 들여 교체한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영수증을 허위 작성해 유흥주점과 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300만 원을 썼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정기부금 배분이 부적정했고 직원 성과급과 격려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는 성금 배분사업의 사전심사 소홀과 부적정 지원 등을 감사에서 밝혀냈다.

정부가 공동모금회에 대해 뒤늦게 종합감사를 시작했지만 연 3000억 원이 넘는 성금을 일개 단체가 ‘공동모금’하는 구조로는 근본적 해결이 힘들다. 공동모금회는 1998년 제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법에 따라 설립된 유일한 법정 전문모금기관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1, 2대 명예회장을 이희호 권양숙 씨 등 대통령 부인이 맡는 ‘정치적 후광’을 누렸다. 조세특례제한법상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것보다 세제(稅制) 혜택도 크다. 이 때문에 전체 모금액의 60%를 내는 기업들은 공동모금회를 유일한 기부창구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국민성금이 특정 성향의 단체에 편향 지원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2008년 말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신필균 씨가 복지를 통해 이른바 진보세력의 통합 운동에 앞장서는 것도 공동모금회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동모금 기관의 복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금 모금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 밥그릇’이나 늘리는 기구여선 안 된다. 성금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였고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투명하게 알리고 검증하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자선과 관련된 단체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사랑의 온도가 내려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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