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의 수혜자도 피해자도 유권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서울시가 내년부터 추진할 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시의회는 내년도 시 사업을 심의하면서 한강 예술섬과 서남권 행복타운 건립안 등 주요 사업을 심의 안건에서 제외시켰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이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을 뽑고, 시의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어줄 때부터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한강 예술섬 사업은 2005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확정한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을 오 시장이 2006년 복합문화단지 조성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시의회는 “6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문화공간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4년 동안 6000억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연간 예산이 22조 원이나 되는 시 재정 규모로 볼 때 무리한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이 취소되면 용지 매입과 설계 공모 등에 들어간 세금 520억 원만 날아갈 판이다.

시의회는 한강을 서해와 연결해 여객선을 띄우기 위해 시가 올 2월 시작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도 중단시켰다. 이 사업에도 145억 원이 들어갔다. 공사를 중단하면 원상복구비 27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이 사업이 대운하와 관련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해에서 한강으로 들어오는 뱃길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대운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의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장의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이다. 선진국에도 여소야대 국회나 지방의회는 많다. 문제는 시의회가 시민을 위한 책임 있는 논의와 결정을 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서울을 뉴욕 런던 파리 시드니 상하이 도쿄에 견줄 명품도시로 만드는 사업은 누가 서울시장이 됐든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주장하는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통해 부잣집 아이들까지 점심을 먹일 돈이라면 서울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돌리는 것이 낫다.

서울시의원 114명 중 민주당 소속은 3분의 2에 해당하는 79명이라 시장의 거부권 행사도 무력화할 수 있다. 6·2 지방선거의 수혜자도 피해자도 결국 유권자인 시민이다. 시장과 시의회의 관계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실종되고 사사건건 대립하다 보면 결국 시민을 피해자로 만든다. 시민은 스스로 선택한 시의회의 구성과 운영에 계속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