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맥의 뉴타운 사업 재정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지난주 서울 상왕십리 일대 왕십리뉴타운 2구역에서 공사가 시작됐다. 보상 마찰로 착공이 지연되다가 뉴타운사업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지 8년 만에야 첫 삽을 떴다. 다른 구역의 사업추진 일정은 아무도 모른다. 서울시가 도시환경과 주거생활권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지정한 뉴타운 35개 지구, 305개 구역 중 206개 구역은 착공도 못했다. 경기도는 138개 구역 중 104개 구역이 감정평가 절차도 마치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 탓으로 뉴타운 구역 안에 철거가 진행되다가 중단된 집이 많다. 서울에만 재개발 주택의 17%에 해당하는 4200여 채의 주택이 버려진 채로 있다. 인근 주민은 빈집에 드나드는 일부 청소년의 탈선과 범죄 발생 가능성을 걱정한다.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도 재개발 구역의 빈집에서 일어났다.

서울의 뉴타운 사업은 1968년부터 30여 년간 지속된 강남 위주 개발로 강남북 격차가 커지자 강북 노후거주지의 주거환경 정비를 목적으로 2002년부터 추진됐다. 당초 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불행하게도 10년이 지나지 않아 걱정이 현실로 바뀌었다. 뉴타운 구역에서 철거주택보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 수가 훨씬 적고 소형주택 수가 줄어들어 전세금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뉴타운 사업을 무난하게 추진하려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성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 실제로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 아래 ‘뉴타운 투기’가 빚어졌다. 2008년 총선 때 서울 48개 선거구 중 26곳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은 1억∼3억 원의 개발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오래 살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다. 주민의 뉴타운 재정착률이 30∼40%에 불과하다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부동산 값의 지속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뉴타운 사업도 이제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뉴타운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경기 부천시의 3개 뉴타운 예정지구에서는 상당수 주민이 뉴타운 개발방식에 반대하는 바람에 부천시가 공청회를 통해 주민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했다. 기존 지구 중 사업추진이 부진하거나 불확실한 곳은 뉴타운 간판을 계속 붙이고 있을지 재고해야 한다. 수도권을 비슷비슷한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개발방식은 도시 미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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