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들이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임을 확인했다’는 지난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은 ‘경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에는 경찰 수사를 비난하며 ‘장기적으로 싸워나가자’ 같은 댓글이 올랐다. 경찰이 스탠퍼드대 측의 성적증명서를 제출받고,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지도교수와 한국인 미국인 졸업생들도 사실임을 확인해줬지만 일부 타진요 회원은 매수 조작설까지 제기했다. 수사 결과나 진실은 이들에게 애초부터 관심권 밖에 있었던 듯하다. 스탠퍼드대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쫓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단지 타블로의 인생을 망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타진요는 19만28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타블로의 성적표와 출입국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렸다. ‘타진요 현상’은 잘나가는 연예인이 미국 명문대를 나와 영화배우 출신의 예쁜 부인까지 둔 것에 대한 시기심이 빚은 해프닝에 머물지 않는다. 익명의 늪에 숨어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며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라고 몰아가는 집단적 자기최면이자 사회병리 현상이다.

2008년에는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이 일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반(反)정부 성격의 폭력시위를 부추겼다. 올해에는 천안함 폭침이란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국제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까지 부인하며 ‘피로좌초설’이니 ‘미군오폭설’이니 하는 음모설에 집착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세력이 있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의 명예훼손 사건은 2006년 4006건에서 2008년 5005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371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근거 없이 타인의 명예와 사회적 법익을 훼손하면서 이를 단속하면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옮긴 게 무슨 큰 죄냐’고 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되레 반발한다. 표현의 자유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책임이 따른다.

인터넷 공간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서로 생각은 다르더라도 사실을 존중하고 각자의 의사표현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게 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더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