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여야 ‘밥그릇 지키기’에 지방행정 개편 ‘도루묵’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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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자와 만난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머쓱해했다. 특위에서 통과시킨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이 여야 4인 협상위를 거치면서 ‘누더기’가 돼버린 탓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지목된 구의회의 폐지 조항이 사라져버린 게 대표적이다. 구의회 폐지 조항은 특별법의 상징이었다.

여야 협상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의 종합기본계획 보고시한도 2012년 6월 말로 늦춰졌다. 18대 국회의 임기는 같은 해 5월 끝난다. 2012년 4월 총선이 끝나고 18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1개월여 동안 국회에서 진지한 행정개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야가 ‘뜨거운 감자’인 구의회 폐지 문제를 19대 국회로 어물쩍 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본보 13일자 A6면 참조 무책임 국회, 지방행정개편 19代로 넘겨

여야는 개편추진위원회를 이끌 위원들의 국회 몫을 늘리는 데는 ‘한마음’이었다. 이번 여야 협상에서 위원 구성비율은 대통령 위촉 6명, 국회의장 추천 10명으로 바뀌었다. 올 4월 특위를 통과했을 때는 당연직 위원 3명을 제외하고 대통령 위촉 8명, 국회의장 추천 8명, 지방자치단체 협의체 대표자 추천 8명이었다. 당연직 위원 3명을 포함해도 국회 몫이 정부 쪽보다 1명 더 많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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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가 생활권을 중심으로 통폐합되면 각종 중복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잘게 쪼개진 행정체제로는 해외 대도시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군구 통폐합은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지역구를 다져놓은 국회의원들에게 목의 가시마냥 껄끄럽다. 서울시와 6개 광역시 구의원 1010명에게 지급되는 혈세만 연간 400억 원이나 되지만 구의원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여야 의원들에게 구의회 폐지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여기에 광역단체장이 반대하고 있는 도(道)의 기능 축소 문제까지 끼어들면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이익은 고려의 대상이 되기 힘들어 보인다.

여야는 14일 특위를 다시 소집해 여야4인위의 협상 결과를 추인 받을 예정이다. 1년 1개월간 난상토론 끝에 힘겹게 만들어낸 특별법이 4개월 만에 ‘허울’만 남은 데 대해 특위 위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여야 의원들은 “정치는 타협의 산물 아니냐”며 만족해할 것인가. 아니면 18대 국회에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을 씁쓸해할 것인가.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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