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갑성]교장공모제, 학부모 의견 더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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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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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및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장은 ‘교직의 꽃’으로 불린다. 많은 교사가 교직 생애의 최종 목표로 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교사가 교원 본연의 역할인 수업 못지않게 관리와 행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승진을 위해 노력한다.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의 교장승진제도는 미래 사회와 교육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학교장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승진 위주의 교직문화를 바로잡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더 유능한 인재를 학교장으로 선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교장공모제이다. 교장이 학교에서 어떠한 존재이기에 기존의 승진제도에 공모제까지 도입하면서 우수한 인력을 교장으로 선발하려고 할까.

학교를 변화시키는 동력은 교사에게서 얻을 수 있으나, 변화 동력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응집해 운용하는 사람은 교장이다. 교장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학교 교육의 목적 달성 정도, 학교 문화 내지는 풍토가 결정되므로 교장은 학교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학교 발전의 핵심인 교장의 선발권한이 시도 교육감에서 일정 부분 학교구성원으로 이양되면서 학교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즉 학교 교육의 두 축인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자신이 원하는 교장을 선발하려 함에 따라 집단 간 갈등이 유발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 학교에 지원하는 공모교장의 수만큼 학교가 분열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우여곡절 끝에 선발된 공모교장에게 특정 집단의 불신과 반목이 팽배해 공모교장이 학교를 운영하는 데 많은 애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앞으로 공모교장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달리 말하면 집단 간 갈등이 조장될 수 있는 학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집단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학교에 꼭 필요한 교장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공모교장 선발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학부모에게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교장공모제 도입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교장공모제 도입 목적은 개별 학교의 요구와 특수성을 반영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의 공급자이지 수요자가 아니다. 그러기에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교장 선발 과정에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

둘째, 학교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 리더십은 상하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교장 선발 권한이 교사에게 집중되어 그들이 원하는 교장을 선발한다면 교장이 학교 내에서 본연의 리더십을 유지하거나 발휘하기가 힘들 수 있다. 학급담임을 학생이 선발해 발생하는 담임 리더십 문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셋째, 교장 선발 책임 소재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교사에게는 학교를 옮기면서 근무하는 순환근무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원하는 교장을 선발한 후 자의반 타의반 다른 학교로 옮길 경우 발생할지 모를 교장 관련 문제의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교장공모제는 유능한 인재를 학교의 요구에 맞게 선발하는 제도인 동시에 향후 4년간 해당 학교 교육발전을 책임지고 이끌 교육과 행정의 리더를 선발하는 제도이다. 어떻게 선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선발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공모제의 도입 목적, 학교 리더십 유지 및 강화, 교장 선발 책임 소재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면 공모교장 선발과정에서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들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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