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밥 허버트]‘우아한 철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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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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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해를 다룬 조너선 알터(뉴스위크 칼럼니스트)의 책 ‘약속(The Promise)’에는 지난해 11월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나눈 짧은 대화가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전략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장고(長考)가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2011년부터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새 정책이 군에 의해 번복될 수 없는 대통령의 명령입니까.”(바이든 부통령)

“그렇소.”(오바마 대통령)

두 사람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회의장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페트로스 당시 중부군사령관에게 물었다.

“사령관, 솔직한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네. 18개월 안에 이걸(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 해낼 수 있겠나.”(오바마 대통령)

“대통령님, 그때까지는 아프간군(ANA)을 훈련시켜 (미군의 업무를) 넘겨줄 수 있습니다.”(페트로스 사령관)

“18개월 내에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더 주둔하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오바마 대통령)

“네, 그렇습니다.”(페트로스 사령관)

옆에 있던 마이크 뮬런 미 합참의장도 “맞습니다”라며 거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국방부의 고위 인사는 그렇게 군의 수장이 듣고 싶은 말이면 무엇이든 쏟아냈다.

하지만 페트로스 장군은 최근 언론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다른 말을 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페트로스 장군, 조급한 아프간 철군 반대’였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이 축출된 이후 아프간 내 미군 지휘를 맡게 된 페트로스 장군은 이제 “‘우아한 철군(graceful exit)’을 하려고 이 자리를 맡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지금 그의 목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요구했던 바로 그 명령에 맞서는 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군에 의해 뒤집힐 수 없다”고 한 철군명령 말이다.

이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현재 상황이 끔찍하고 우리가 아프간에 더 오래 머문다 하더라도 여전히 끔찍할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상상만 해도 괴로운 일이다. 급증하는 사망자도 문제이거니와 이 전쟁이 악화된 미국 내 경제, 사회적 상황에 대한 효율적 대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 상황과 부실한 공교육 시스템,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갉아먹는 재정상황을 보라. 이런 문제는 외면하면서 연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패한 아프간이라는 ‘하수통’에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의 제36, 37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은 의료보험 개혁과 1964년 시민법안 및 1965년 투표법 제정 같은 업적을 이뤄냈는데도 오늘날 사람들의 입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는다. 바로 베트남 전쟁 때문이다. 그가 ‘빈곤과의 전쟁’에서 거둔 성과 역시 이 전쟁으로 희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과 베트남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베트남에 공격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맞는 얘기다. 하지만 9·11테러 역시 거의 10년 전 얘기다. 게다가 아프간 전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가망이 없다시피 할 만큼 망쳐 놨다.

우리는 아프간에 절대로 안정되고 번영된 사회를 세우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점점 확산되는 미국의 불안정과 상황 악화를 막을 나라 세우기 캠페인이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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